요즘은 경제 민주화에 대한 논의가 조금은 잦아들었지면, 이 화두는 여전히 우리나라 경제의 큰 담론 중 하나이다.
경제 민주화에 대해 흔히 갖는 관점 중 하나는.. 바로, 경제 민주화가 시장원리를 거스른다는 생각이다.
물론, 경제 민주화가 완전히 시장친화적인 것은 아니다. 시장이라는게 경쟁력이 없는 업체를 도태시키고 경쟁력을 갖춘 자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.
그러나, 이러한 시장원리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, 도태되는 업체들이 자신의 역량 이외의 요인으로 떨어져 나가서는 안된다.
남양유업사태.. 일부 포털의 소규모 앱 개발자들의 아이디어 카피.. 일감 몰아주기로 입찰의 기회를 박탈당하는 중소기업들..
전부, 그들의 역량과는 상관없는 일들이다.
물론, 그 중에서는 어쩔 수 없는 시장의 흐름으로 도태되는 경우들이 있기는 하다.
대기업의 동네 빵집상권 장악이나, 대형마트의 상권장악으로 인한 전통시장의 퇴조현상 등은.. 소비자 트랜드와 시장의 어쩔 수 없는 흐름인 측면도.. 없지 않게 있다.
하지만..
이런 경우라도, 꼭 영세 자영업자들이 도태되는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.
대기업 편중 현상이 일어나게 되면.. 그만큼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에 한계를 가져오고, 경제의 취약성을 높이기 때문이다.
현 정부의 창조경제라는 것도, 대기업 위주의 경영 생태계 안에서는 그 한계점이 있는 경제담론이기도 하다.
여기에.. 기존 대기업 및 수출 위주의 경제정책의 한계점이 분명히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, 경제 민주화는 공정사회라는 사회적 정의를 구현한다는 의미와 더불어 국내 총수요를 증대시키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중요성을 가진다.
중소기업들이 적정한 이윤을 보장받으며 일감을 따 내고.. 남양유업 대리점 업주가 열심히만 한다면 돈을 벌 수 있으며.. 전통시장 상인들이, 여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번다면?
결국, 그 효과는 우리 경제의 총수요를 증가시키는 결과를 낳는다.
고용유발효과가 큰 곳은 대기업 보다는 중견기업 이하의 중기업, 소기업 들이다.
그리고, 동네 상인들이 사업이 번창하면.. 알바라도 한명 더 고용할 수 있고.. 기계라도 하나 더 들여놓을 수 있다. 그들이 번 돈은 결국 국내에서 돌기 마련이다.
그리고, 그들이 돈을 많이 벌면.. 결국, 더 많은 소비가 일어날 수 밖에는 없다.
월 1천만원 버는 사람이 100만원 더 번다고 해서 소비를 늘릴 가능성은 별로 없지만, 100만원 벌던 사람이 10만원을 더 벌면 알차게 쓰는 것과 같은 이치다. 이미 외식을 많이 하던 사람이 조금 더 번다고 외식의 횟수를 늘리겠는가?
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수출위주의 경제정책을 펼쳐왔다. 그것은, 국내 수요만으로는 경제발전을 견인할 동력이 약했기 때문이다.
국내수요만 바라봤다면, 철강, 조선, 반도체, 휴대폰, 자동차, 전자와 같은 분야에서 일류기업들이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.
하지만..
이제는 국내수요를 창출해야 우리 경제의 미래를 좀더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.
일본이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장기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.. 주요 분야에서 우리나라에 밀려도.. 저렇게 버틸 수 있었던 것은.. 결국, 막강한 국내수요 때문이다.
수출위주의 우리나라 산업구조는 결국, 해외변수에 따라 경제의 흔들림이 커질 수 밖에 없다.
미래 우리나라의 경제를 위해.. 결국, 경제 민주화는 시장에 역행하는 조치가 아닌.. 경기 활성화를 위한 중요한 디딤돌이 될 수 있는 것이다.
물론, 무조건적인 경제 민주화를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. 도태되어야 할 부분들은 자연적으로 도태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.
다만.. 해당 기업 혹은 중소상인들 자체의 역량 외적인 이유들로 인해 도태되는 것은 최소한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?